南北관계 실마리 이번엔 풀릴까

  • 입력 2002년 1월 23일 01시 02분


북한이 22일 정부·정당·단체 합동회의를 통해 남북 당국간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남한의 대선 등 정치일정에 개의치 않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정부는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가 금강산관광사업 지원 방침을 밝힌 직후 북한이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정부는 과거 관례에 비춰 북한이 조만간 합동회의 형식을 통해 뭔가 새로운 대남 제의를 해올 것으로 기대해왔다. 북한이 매년 신년사설 발표→각계각층의 지지→합동회의→적극적 대남공세→8.15 민족통일대축전 등의 정치일정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비록 구체적인 일정이나 형식을 담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남북대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6.15공동선언을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부분을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금강산당국회담과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적십자회담 등 분야별 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제의와 호소엔 주의를 요하는 대목도 있다. 북한이 합동회의에서 여전히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와 같은 요구사항들을 ‘3대 호소’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유관부처들과 함께 북한의 입장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미국 일본과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입장. 정부는 특히 24일과 25일 이틀간 열리는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북-일관계 등의 균형있는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화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남정책의 방향을 민간 통일운동의 확대로 한정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양형섭(楊亨燮) 부위원장이 합동회의 보고에서 “지난해를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해로 빛내기 위한 애국운동에 한사람같이 떨쳐나 자주통일에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남측 사회의 이념논쟁을 불러일으켰던 8.15 평양 통일대축전과 같은 민간행사에 북한이 올해도 치중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민간급 회담과 접촉을 거론한 대목은 남측 주민들의 ‘아리랑 축전’ 참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올해도 민간 통일운동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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