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 공론화에 찬성하는 세력간에도 연대 조건을 비롯한 각론에 들어가면 현저한 입장 차가 있는 게 사실이나,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내각제 개헌이란 촉매제를 통해 “일단 연대 방안을 얘기해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은 크다.
▽중개포의 속내〓중개포가 ‘내각제 개헌’ 카드를 꺼낸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대선 전략과 직결돼 있다. 당내 대선 예비주자 중 누구를 내세우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민련과 민국당은 물론 가능하다면 한나라당 내 일부 비주류 세력과 영남세력까지 아우르고자 하는 의도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특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반(反) 이회창(李會昌)’ 전선에 묶어두기 위해서도 ‘2차 DJP연대+알파’를 추진하기 위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게 당내 주류 진영의 공감대다.
▽착잡한 이인제〓민주당 내에서는 내각제 공론화가 범주류의 지원을 받는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과의 교감 아래 추진되고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으나 정작 이 고문 진영의 입장은 다소 복잡하다.
이 고문 진영은 우선 JP와의 연대가 자칫 경선판 자체를 뒤흔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내 주자 중 부동의 1위인 이 고문으로서는 현상 유지를 원하는 측면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해 온 이 고문으로서는 연대를 위해 내각제 개헌에 동조할 경우 ‘원칙을 저버린 야합’이란 비난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자민련의 의구심〓자민련은 내각제 개헌 공론화가 JP의 내각제 추진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점에서는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개포의 진의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자민련의 와해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당 논의보다는 내각제 논의 쪽으로 물꼬를 돌리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이 ‘염불’(내각제 개헌)보다는 ‘잿밥’(대선 승리)에만 관심을 둘 경우 민주당의 대선 전략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련 내에도 대선 이후를 시야에 넣고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 직후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자민련과의 연대 내지 합당 제의를 해올 가능성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정우택(鄭宇澤) 정책위의장은 “100만표 안팎에서 승부가 갈리는 대선에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자민련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주(虛舟)의 ‘반창(反昌) 연대론’〓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는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이 총재를 포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이 총재의 집권 저지를 위한 ‘반 이회창’ 연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특히 “‘DJP+영남세력 연대’에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까지를 아울러야 대선 승리를 자신할 수 있다”며 “정계 개편은 민주당 후보 경선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