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은 정치색을 탈피한, 선거관리내각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인선을 하는 만큼 조각에 버금가는 대폭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이번 개각만큼은 여야 모두가 현 정부의 정치중립 의지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각과 관련해 야권과의 사전 조율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거취〓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 장재식(張在植) 산업자원,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 유용태(劉容泰) 노동, 김영환(金榮煥) 과학기술, 유삼남(柳三男) 해양수산, 한명숙(韓明淑) 여성, 남궁진(南宮鎭) 문화관광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선거관리내각의 취지에 비춰 원칙적으로 경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이 총리의 거취. 김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의 ‘DJP공조’ 결렬 과정에서 이 총리가 고심 끝에 내각에 잔류한 데 대해 고마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총리를 바꿀 경우 후임자에 대한 야대(野大) 국회의 임명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 총리의 유임을 점치는 여권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만약 이 총리가 교체된다면 정치색이 전혀 없는 학자 출신 등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유삼남 한명숙 장관은 전국구 의원을 내놓고 입각한 케이스이고, 남궁진 장관은 정무수석비서관에서 옮긴 경우여서 의원 겸직 장관과는 상황이 좀 다른 점도 변수이다. 장재식 장관도 장관직에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팀 개편 여부〓진념(陳稔) 경제팀 개편론자들은 야당이 교체를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도 분위기를 바꿔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임론자들은 섣불리 교체할 경우 경기상승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고, 경제팀을 제외한 전면개각은 의미가 반감된다고 주장한다.
입각설이 나돌았던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경질이 확실시되면서 경제팀의 유임론이 보다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이다.
▽사회팀〓김원길 장관은 본인이 서울시장후보 경선 등 출마를 위해 당에 복귀하겠다는 뜻이 강하다는 후문이다. 한완상(韓完相) 교육부총리는 최근 ‘입사서류 학력란 폐지’ 등의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다가 국무회의에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장관 등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나 선거주무장관이라는 점에서 개각에 상징적으로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명자(金明子) 환경부장관은 여성인 데다 현 내각에서 가장 오래된 장관이란 점이 오히려 유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통일외교안보팀〓한승수 장관 외에도 임동원(林東源)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와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 등 모두가 경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꼽힌다.
다만 한 장관은 유엔총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 고려될 가능성도 있다. 홍 장관에 대해서는 민주당 등 여권으로부터 현 정부의 대북화해협력정책 기조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동원 특보에 대해서도 국정원장 재임 중 발생했던 각종 게이트에 대한 문책론이 나오고 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