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부총리도 유임이 확정된 뒤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 효과가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점검하고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도록 경기보완적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제팀이 풀어야 할 사안은 수두룩하다.
우선 작년말을 목표로 추진했던 대우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자신탁 대한생명 서울은행 등의 매각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처리를 미룬다면 해외 금융시장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 퇴색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
남궁훈 금융통화위원은 “경제팀이 재신임을 받은 만큼 좌고우면하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부실기업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 급변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엔화 가치의 지나친 하락으로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철강 등에서 거세지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력과 올해부터 본격 출범하는 도하라운드에도 대응해야 한다.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은행을 민영화하는 일도 미룰 수 없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은행이 수익기반을 마련하긴 했지만 정부가 6개 은행의 대주주가 돼 관치금융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난제들을 처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팀이 거의 ‘순혈(純血)주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점. 행시에 합격한 뒤 경제부처 관료로 줄곧 성장해 온 인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진 부총리, 한덕수(韓悳洙) 대통령경제수석, 장승우(張丞玗)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모두 옛 경제기획원 출신. 이들의 한정된 경험만으로 한국경제의 난제들을 풀기엔 역부족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
1997년 경제팀은 대선을 앞두고 정책대응을 잘못함으로써 외환위기에 빠지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도 경제에 정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선거 국면에서 이익집단들의 집단이기주의로 정책방향이 틀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경제팀의 최우선 역할은 선거의 해에 선심성 정책 남발을 막으면서 장기적인 잠재성장력을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경제팀이 정치권의 요구를 거부할 만한 힘과 지혜가 있을지도 의문시되는 것도 우려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