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회동 파장〓당초 청와대와 자민련은 두 사람의 회동에 앞서 “DJP 공조복원이나 정계개편, 합당 등 어떤 정치적 논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대화내용에 정치권의 새판 짜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김 총재가 DJP내각제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김 대통령은 “나도 답답하다. 김 총재의 결심이 그토록 굳은 줄 몰랐다. 내가 누구 덕분에 대통령이 됐는지를 알고 있다”며 함의 있는 언급을 했다.
이 같은 김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중도개혁포럼이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한 신당 창당론’을 들고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낳고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DJP 공조 파기로 인한 앙금을 상당 부분 씻어낸 듯한 분위기다. 김 대통령이 “김 총재에 대한 우정과 존경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도 신뢰관계 회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심상찮은 정치권 움직임〓범여권 내부에서 정계개편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국당 김윤환(金潤煥·허주) 대표의 요청으로 11월 4일 김 총재는 이양희(李良熙) 의원을 허주에게 보내 ‘3김+α연대’ 구상을 들었다. 이어 허주-권노갑(權魯甲)-김상현(金相賢) 회동(11월 9일), 김 총재-허주 회동(11월 20일), 허주-정균환(鄭均桓) 회동(11월 22일)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또 한편으로는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 이어 허주를 접촉했고 지난해 말에는 김 전 대통령-김 총재간 만남이 성사됐다.
이 같은 물밑 움직임은 올 들어 민주당 중진의원들과 허주와의 빈번한 접촉으로 이어졌고 중도개혁포럼이 ‘내각제 개헌 추진’을 공론화한 것을 기폭제로 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김원기(金元基) 정대철(鄭大哲) 정균환 천용택(千容宅) 의원과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상당수 중진들은 개별적으로 당내 의원 및 대선예비주자들을 잇따라 접촉했고 허주와 자민련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도 수시로 만났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핵심부와 허주 등 정계개편 추진세력간에 깊은 교감이 이미 이뤄졌으며 구체적인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의 역풍〓하지만 민주당 내 역풍도 만만치 않다. 당내 대선예비주자 중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만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혔을 뿐 이인제(李仁濟)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 등은 경계심을 표출하거나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자민련 내 기류도 복잡하다. 이날 DJP회동이 끝난 뒤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이런 정도로 인간적인 관계가 회복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허주는 29일 “새로운 정치를 펼치기 위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민주-자민-민국 3당간 선(先)통합, 후(後)신당 창당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민련과 민국당이 먼저 신당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단계적 정계개편론’을 주장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