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개각]DJ 위기국면 정면돌파 선택

  • 입력 2002년 1월 29일 19시 10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정(親政)체제 강화’로 요약되는 1·29개각은 전례 없이 사전예고됐던 진행과정만큼이나 예상과 동떨어진 결과로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각종 비리의혹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상황에서 비등했던 ‘국정쇄신’ 요구와는 대조적으로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전면에 선명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개각 발표 이후 ‘정변(政變)적 사고’ ‘이판사판식 오기(傲氣)’란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개각 내용이 “왜 잘해 보려고 하는데 흔드느냐”는 식의 여론과 동떨어진 김 대통령의 상황인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번 개각의 중점이 쇄신보다는 임기말 국정 마무리에 두어져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고위관계자는 “국정이 표류하도록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는 상황이다”며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국 정면돌파 구상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권력핵심부의 논의를 통해 가닥이 잡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권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온 국정쇄신론과 정면돌파론 가운데 김 대통령이 결국 후자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얘기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내각이 약체화돼 외곽에서 중요 사안이 결정되는 ‘이중권력구조’보다는 청와대와 내각이 실세화되는 편이 국정운영 차원에서는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긍정적 견해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번 개각에서 아예 국정쇄신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고사하고 퇴행한 느낌마저 안겨줌으로써 개각이 갖는 국면전환 카드로서의 의미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인적쇄신 요구로 낙마했던 박지원(朴智元) 전 정책기획수석을 특보로 재기용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또 개각 당일인 29일 DJP회동을 가짐으로써 ‘경제살리기’와 ‘개혁마무리’란 명분과 달리 이번 개각이 정계개편을 물밑추진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청와대 쪽은 개입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3당 합당추진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이번 개각은 위기가 닥치면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기보다 안으로 응축되는 김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예 현재의 상황을 김 대통령이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관 기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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