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복귀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특보가 대표적인 경우. 박 특보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 명칭만 바뀌었지 줄곧 ‘최측근’의 자리를 지켜왔다.
김 대통령은 또 이번에도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특보를 유임시켰다. 임 특보 역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를 거쳐 대통령특보에 임명돼 곁을 지키도록 했다.
민주당 쇄신파동의 와중에서도 한광옥(韓光玉) 대표에게 당을 맡긴 것이나, 김한길 구로을지구당위원장이 김대중정권의 ‘리베로’로 불리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DJ를 오래 지켜본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결정적 하자가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누굴 데려다 써보면 꼭 무엇인가 튀어나와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히 믿고 쓸 수 있는 ‘내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도 많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박, 임 특보를 계속 지근거리에 두는 것은 믿는 사람이 아니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김 대통령의 성격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교동계 인사들조차 두 사람에 대해서는 “우리도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할 만큼 DJ의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일을 처리하다보니 대통령의 의존도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에게는 ‘교사 스타일’로 지시만 내리는 경우가 많아, 결국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수동적인 존재들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받아쓰기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장관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DJ의 측근정치라는 게 관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창혁기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