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였지만 흐름을 주도한 사람들은 민주당내 중도개혁포럼의 정균환(鄭均桓) 의원과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장관 등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었다.
물론 이들이 물밑작업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을 비롯한 일부 예비주자들과 “당의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 정도는 나눈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비주자들이 개편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실제로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이 정 의원으로부터 정계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전해 들은 것은 18일.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이 김 전 장관과 정 의원을 만난 것은 각각 26일, 28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물밑 움직임이 한참 진행된 다음이었다.
개편 추진 세력들이 예비주자들을 논의 대상에서 ‘일부러’ 제외시킨 배경은 그리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계개편의 명분이나 방법 시기, 그리고 무엇보다 개편이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각 예비주자들의 셈범이 ‘7인 7색’으로 다른 상황에서 이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 예비주자 진영 관계자는 “마치 거대한 물결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든다.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고문이 31일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개편 논의에 대해 ‘일단 견제’의 뜻을 밝히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사실 이 고문도 정국을 양당 구도로 재편해야 한다며 자민련과의 합당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움직임은 자신의 구상과 사뭇 다른 것이어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관망해 왔다.
한 측근은 “내각제를 매개로 한 정계개편 움직임은 구시대적 야합으로 비쳐질 수 있고 경선 일정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면서 “다만 대선후보가 선출된 뒤에는 외연 확장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이 고문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여하튼 대선 예비주자들이 최근의 개편 논의에 대해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3당 합당 논의는 큰 고비를 맞게 됐다. 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도 “합당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당 공식기구를 통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