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또 미국의 입장이 북-미대화의 진전을 위해 미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추가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는 우리 정부의 희망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무부 측은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빼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백악관 측이 거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공식 논의될 것이라는 허버드 대사의 발언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건 없는 대화’라는 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았다는 허버드 대사의 이날 발언은 의례적인 표현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흥사단 통일포럼에서 허버드 대사와 참석자들이 주고받은 문답 요지.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북-미대화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 아닌가.
“부시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를 언급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환경과 세계정세 속에서 북한의 위협이 특히 우려된다는 판단에서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테러 때문에 북한의 WMD개발 억제 노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조율이 어렵지 않을까.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노력을 지지한다. 대(對)테러 전쟁과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긴밀히 논의할 것이다.”
-북한이 테러를 지원했다는 증거를 미국이 갖고 있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다. 다만 WMD의 개발과 수출이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간주한 것 같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원칙만을 강조한다.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나.
“미국적 사고방식과 아시아적 사고방식은 차이가 있다. 실용적이고 직설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미국적 사고방식이며, 여기에 체면을 살려주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보면 안 된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견해는….
“양국은 90년에 한 합의에 따라 한국이 대체부지를 조성하면 언제든지 이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