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월〓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지난해 10월 중순경부터 북-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이 대테러 전쟁에 집중하는 점을 악용해 북한이 모종의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했으며 미 공군은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 F15 전투기 대대를 배치했다.
이에 북한은 한반도 주변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증강 조치를 공격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미 비난 수위를 높였다. 계속되는 북-미 관계의 고착과 대테러 전쟁은 11월 중순부터 남북 관계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남북은 장관급 회담을 진행했으나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결렬됐다.
▽12월〓12월에 들어서면서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는 함께 악화됐다.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은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 북한의 화학무기 개발 계획을 비난했으며 얼마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했다. 북한은 대미 비난 수위를 높였고 한국 관리들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전망〓관측통들은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입김에 의해 북한이 아프가니스탄에 뒤이어 불량국가 중 하나로 지목되거나 △남북 양측의 관계개선 의지에 따라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의 입김이 완화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핵무기 및 생물무기 사찰 요구 등 계속되는 미국의 강경 조치에 직면한 북한이 자신들의 완강함을 과시하기 위해 모종의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 간다면 특사의 북한 방문을 통해 클린턴 행정부 말기 이후 중단된 북-미 대화 재개에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