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北-美갈등 역풍 맞을라"

  • 입력 2002년 2월 8일 18시 45분


난기류에 싸인 북-미 관계 대응기조를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신중론이 부상하고 있다. 북-미 관계가 민감한 현안인 만큼 섣불리 한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 예상치 못한 역풍(逆風)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한 측근은 8일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미간 공조에 이상이 없다’는 합의가 도출될 공산이 크다”며 “한미간 공조 균열에 대한 책임론 공세에만 치중할 경우 자칫 방향착오의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이 국민적 반감의 확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반미(反美) 분위기를 경계하면서도 미국의 강경대응에 쉽게 동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 기획위원회도 최근 이런 취지의 보고서를 지도부에 제출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일부 외신에 ‘한나라당과 미 공화당의 대북 노선이 일치한다’는 당 관계자의 인터뷰가 보도된 것은 경솔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도 요즘 ‘북-미 간 대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총재의 방미기간 중 발언내용에 대해 연일 비난공세를 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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