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북한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고,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한다는 대북포용정책의 ‘총론적 목표’에는 한미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만큼 이를 갈등 봉합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장관이 7일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보낸 취임 축하 메시지에서 “미국은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한 대목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량살상무기(WMD) 해결〓한미 간의 갈등봉합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는 북한의 WMD 문제에 대한 시각차를 해소하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WMD에 대한 한미 양측의 시각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 등 WMD 문제를 장기 해결과제에서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으로 인식을 바꾸면서 결정적으로 틈새가 벌어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6일 “북한은 WMD 개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검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미 강경방침을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했다.심지어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에도 정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 이래 대량살상무기 검증필요성을 계속 언급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이 특별히 더 강경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북-미대화 재개〓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이 북-미대화라는 점에는 한미가 일치된 입장이지만 접근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현재 북-미 간 접촉 채널을 잭 프리처드 미국 한반도평화회담특사와 박길연(朴吉淵) 유엔주재 북한대사보다 좀 더 고위급으로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미국 측은 별다른 방침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기로 결정한 이상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2주일 뒤인 지난달 31일 “미국은 북-미관계를 실용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다룰 것이며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미국의 북-미대화 재개 방안에 대한 우리 정부 해석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일 △북한의 재래식무기 후진배치 △ WMD 수출금지를 북-미대화 재개의 2대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의 1일 발언에 대해 “북-미대화의 선결조건이라기보다는 대화를 다시 시작할 경우의 잠정 의제”라고 여전히 안이한 해석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대북포용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패턴이 아니라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접근방식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경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미사일 재료의 구매자금이 될 수 있는 현금지원에 대해서는 극도로 부정적이어서 금강산 관광대가로 지급하는 현금지원 등에 대해서도 조율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