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원 쌀 軍用 전용”탈북자 3명 日서 회견

  • 입력 2002년 2월 8일 23시 45분


탈북자 이영국(李英國·40·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경호원), 이재근(李在根·64·납북어부), 정춘화(鄭春花·29·주부)씨 등 3명이 8일 일본 도쿄(東京)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북한은 인간이 살 곳이 못된다”며 북한의 인권상황을 강력히 비판한 뒤 “북한에 지원한 쌀은 인민에게는 제대로 배급되지 않고 군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70년 4월 서해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30년만인 2000년 북한을 탈출한 이재근씨는 3년동안 북한에서 받았던 간첩교육에 대해 증언한 뒤 “북한의 인권상황은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군인과 안전원이 마적처럼 휘젓고 다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고 말했다.

11년간 김정일 위원장의 경호원으로 일했던 이영국씨는 94년 중국으로 탈출했으나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됐다. 그는 10년간 요덕정치범수용소 생활을 증언하며 “쥐와 뱀을 잡아먹고 풀을 뜯어먹으며 연명했다”며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실태를 고발했다.

정씨는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여성뿐만 아니라 북한에 살고 있는 여성들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며 “북한여성들은 한국여성의 절반 정도만 대접을 받고 살아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영국씨는 “김 위원장은 무자비한 사람으로서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말이 맞다”고 말했다. 이재근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햇볕정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미 뉴욕타임스 CNN을 비롯해 일본의 아사히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유력언론사 기자 5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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