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위기를 南-北 기회로

  • 입력 2002년 2월 9일 16시 40분


‘위기를 기회로.’

정부가 최근 악화된 북-미 관계와 불안해진 한반도 정세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오히려 남북관계의 전환을 모색하려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금은 북한이 미국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숨죽이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례에 비춰볼 때 머지않아 남북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남북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을 출발점으로 남북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푼 뒤 경협확대 등으로 연결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연구원도 5일 작성한 ‘최근 북-미사태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의 대미관계 악화는 2차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오히려 제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의 성사를 위해 중국의 중재를 통한 우회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이같은 판단은 위기 직후 오히려 남북관계에 큰 전환점이 마련됐던 과거 사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1991년 걸프전 발생과 구소련 해체라는 외압이 동시에 몰아닥치자 체제수호에 위기의식을 느낀 당시 김일성(金日成) 주석은 재빠르게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고 그 결과 그해 12월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됐다.

또 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후의 상황전개도 비슷했다. 94년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핵사찰을 거부한 북한의 핵시설에 대해 미국이 공습안을 마련,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자 김 주석은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수락했다.

정부는 10일과 23일 각각 북한을 방문하는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전권대표와 전직 주한미대사 일행을 통해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유석렬(柳錫烈)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94년 핵위기 때처럼 위기돌파 차원에서 남북대화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 일각에선 “북-미 위기가 더 고조되면 북한이 획기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93-94년 북핵위기 일지

△93년 3월12일〓북한, NPT 탈퇴 선언

△6월2∼11일〓북-미 1단계 고위급회담(뉴욕)북한, NPT 탈퇴 유보

△7월14∼19일〓2단계 고위급회담(제네바)

       북한, IAEA와의 핵사찰협의 재개 동의

△94년 3월1∼15일〓IAEA 대북 핵사찰 실시

△6월10일〓IAEA, 대북제재결의안 채택

△6월13일〓북한, IAEA 탈퇴 선언

△6월15∼18일〓카터, 북한 방문

       김일성, 남북정상회담 수락

△7월8일〓김일성 사망

△10월21일〓북한, 핵동결 합의(제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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