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WP “李총재 訪美때 부시 ‘악의 축’ 지지”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15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지지하고 있다는 10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를 계기로 민주당이 이 총재의 방미기간 중 발언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나서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부시 발언으로 한국 당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뒤를 이을 후보 가운데 선두 주자로, 엄격한 상호주의와 특별검증 장치를 토대로 한 포용정책을 표방하는 이 총재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으며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與 “美에 강경책 주문했나”▼

여당 공세〓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13일 ‘이 총재께 다시 묻습니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 총재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는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밝혀달라”고 해명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방미 시 이 총재는 미국측 고위인사들과의 면담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기조를 주문했는지, 주문하지는 않았으나 설명을 듣거나 감지하고 동의했는지, 설명을 들었으나 방관했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듣지도 않았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결코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연일 대북포용정책 흠집내기에만 골몰하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민주당의 공세 배경에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과 미행정부의 대북강경책에 대해 국민여론이 비판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 민주당측이 부시 대통령 발언에 대해 비판여론이 우세하다는 자체여론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野 “그런적 없다… 음해말라”▼

한나라당 반박〓민주당이 공세의 근거로 삼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내용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격에 나섰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내용에 대해 “이 총재는 그동안 ‘전략적 상호주의’란 용어를 사용해왔으며 ‘악의 축’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지금까지 이 총재의 방미발언 운운하며 왜곡과 음해를 일삼는 민주당의 태도에 개탄을 금치 못하며 미국 관계자들과 이 총재의 ‘비공개대화록’을 공개하라는 요구 또한 외교의 ABC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우리 당과 이 총재의 기본 기조는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상태가 초래돼선 안되며 북-미간 긴장상태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이 총재의 미국 방문을 수행한 한 의원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이 총재를 만나자마자 ‘당신이 집권하면 햇볕정책을 포기할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라고 물었으나 이 총재는 전략적 상호주의 등 대북 3원칙만 강조했다”고 전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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