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양측간에는 의사타진 수준의 의견교환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이루어졌던 듯한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내 기류가 영수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 같다. 다만 아직 입장 정리가 안된 것 같다”고 말해 모종의 물밑 접촉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문제는 총론적으로는 양측 모두 회동 필요성을 암묵적으로 시인하면서도 그동안의 감정적 앙금과 한나라당의 당내 상황 등 때문에 구체적인 진척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양측의 표면적인 분위기도 냉담한 편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분위기나 여건을 감안할 때 금주 중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며 “너무 앞서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영수회담의 성사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또 “이 총재가 방미하기 전에 다녀와 영수회담에 응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취소한 적도 있어 청와대쪽의 불신감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아예 영수회담을 위한 실무차원의 접촉설마저 부인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13일 “민주당이 이 총재의 지난달 방미기간 중 발언을 문제삼으며 연일 북-미 관계 긴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영수회담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전략적 상호주의 등 남북관계에 대한 이 총재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 만난다고 해서 뾰족한 해법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 총재는 부시 대통령 방한 전에 영수회담을 갖는 대신 20일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열리는 공식리셉션에 참석하는 것으로 상징적인 ‘초당적 협력’의 모양을 갖춘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대통령과 이 총재를 각각 만난 한 원로인사도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이 깊어 영수회담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