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에 맞서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던 비주류 인사들이 잇따라 경선 불참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당헌 당규에는 (대선 후보 선출) 투표 개시 전까지 후보자가 1인인 때에는 무투표 당선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비주류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전당대회 준비기구인 ‘선택 2002 준비위’가 선거인단의 일반국민 참여비율을 3분의 1로 하고 집단지도체제 도입시기를 대선 이후로 늦추자,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준위의 결정은 ‘잔꾀’에 불과하다. 이 총재의 최종 결정을 지켜본 뒤 거취 문제를 정하겠다”며 경선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선거인단의 일반국민 참여비율을 40∼50% 정도로 늘리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즉각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도 이미 비슷한 경고를 했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그간의 강경 자세를 접고 주류-비주류 조정자 역을 자임하며 이 총재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작 곤혹스러운 쪽은 이 총재측. 요즘 같은 세상에 단독 출마는 모양새가 영 사나운 데다, 경선 자체가 불발에 그칠 경우 이 총재의 ‘아름다운 경선’ 약속도 지킬 수가 없게 돼 대국민 이미지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비주류 진영이 취약한 당내 입지를 의식하면서 배수진을 치고 이 총재에게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 총재의 대응이 관건인 셈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