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순방회견]北무기-대화 연계 '포괄접근' 고수

  • 입력 2002년 2월 17일 19시 09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북관과 대북정책의 방향을 들으며, 99년 2월 당시 야당이던 공화당의 대북정책 연구그룹이 만든 ‘아미티지 보고서’를 떠올린 정부 관계자가 적지 않다.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리처드 아미티지 현 국무부 부장관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인데,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미티지 보고서를 보면 부시 대통령의 향후 대북정책 윤곽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북한은 위험한 나라〓부시 대통령 회견이나 아미티지 보고서 모두 ‘북한의 위협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그 위협을 줄이기 위한 지금까지의 외교적 노력은 큰 성과가 없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북한은 시간 벌기를 통해 2200만 북한 주민의 안위는 무시한 채 정권을 공고화하고 핵무기 개발 계획을 지속하며 신형 미사일을 건설 판매하려 하고 있다. 평양이 (94년 제네바합의 이후) 수년간 얻은 교훈은 벼랑 끝 외교가 먹혀든다는 것이다.”(보고서)

“국민을 가두고 굶주리면서 군사력 증강만을 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부시 대통령)

▽북-미대화 주도권은 미국〓부시 대통령은 회견에서 북-미대화가 아쉬운 측은 북한이란 점을 명백히 밝혔다.

아미티지 보고서도 새로운 대북 접근법의 첫번째 과제는 ‘미국이 외교적 주도권을 다시 잡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도발이나 요구에 대해 미국이 반응하는 식의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잘못된 것인 만큼, 미국이 북한보다 한 걸음 앞서 행동하고 의제도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서는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나 식량 원조 등 각종 대북 대화나 정책을 포괄적이고 통합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각개격파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재래식무기 등 모든 의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는 포괄적 북-미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시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아미티지 보고서는 북한이 ‘벼랑 끝 외교’를 펴는 데는 중국이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중국의 조언을 듣지 않는데도 베이징은 원조를 통해 북한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 중국의 이런 독자적 행동은 미국의 성공적인 대북정책 수행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 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2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방문에서 북한의 WMD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양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4일 “모든 당사국은 북한의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만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보고서가 ‘한반도 돌발 사태를 다루게 될 한미일 국방장관 자문회의 구성’을 제안한 것처럼 부시 대통령도 이번 동북아 순방을 통해 북한에 대한 한미일간 공동 압박전략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미티지 보고서나 부시 대통령 모두 북-미대화 등 외교적 노력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해 공해상 선박 저지, 선제 공격 등과 같은 ‘최후의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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