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대정부질문 원고는 사전에 원내총무에게 제출하는 게 관례처럼 돼있다. 또한 여당 의원 원고의 경우엔 정부도 사전에 내용을 입수, 답변 준비에 참고하곤 한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지도부나 정부가 송 의원의 원고를 사전에 입수했거나 그 내용을 알고도 문제의 대목을 간과했거나 묵인한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런 관행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19일 “나도 송 의원이 발언하기 5분 전에야 원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이 충격적인 발언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강도높게 공격하는 내용인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송 의원 역시 “사전에 당 지도부와 어떤 상의도 없었다. 의원 개개인은 헌법 기관인데 자율적으로 하는 거지…. 원내총무실로부터 원고를 미리 달라는 요청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총리 비서실은 대정부질문 하루 전날 송 의원의 원고 초안을 입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리실이 송 의원 측으로부터 받은 초안은 3쪽 짜리 요약본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악의 화신’에 편승해 대권욕을 채우려는…”으로 돼 있어 직접 부시 대통령을 적시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에 총리 비서실은 “이회창 총재의 방미기간 중 발언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답변을 하기 어려우니 양해 바란다”는 짤막한 답변서를 작성, 17일 밤 이한동(李漢東)총리에게 보냈다는 것.
이 총리가 이를 검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측근들은 “우리도 18일 오전까지 송 의원의 문제 발언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여하튼 송 의원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청와대와 당은 발칵 뒤집혔고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부랴부랴 송 의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