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도라산역 연설요지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36분


▼희망의 길 하루속히 열려야▼

▽김대중 대통령〓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분명히 기차역입니다. 그러나 북적대야 할 인파도 화물도 없습니다. 잠자고 있는 역입니다. 휴전선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모습은 바로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의 현장입니다. 멈춰선 기차, 끊어진 채 녹슬어가고 있는 철도, 이 모든 것이 반세기 남북분단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습니다.

독일 통일은 10년 전에 이뤄졌고, 동서간의 이념대립도 종말을 고했습니다. 그러나 유독한반도에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냉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나는 냉전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뿌리내리기 위해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 각하의 미국 정부는 전 세계와 더불어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 주었습니다. 양국 간의 공고한 협력은 변함 없이 지속될 것임을 나는 휴전선을 앞에 둔 이 도라산역에서 선언하는 바입니다.

도라산역은 희망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북쪽으로 14㎞의 철도만 더 이으면 남북한이 육로로 연결됩니다. 그렇게 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달려갈 수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 각하의 깊은 관심과 협력에 힘입어 민족의 희망의 길이 하루 속히 열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각하께서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한 지도자로서 한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한반도 전쟁위협 사라지길▼

▽조지 W 부시 대통령〓오늘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도전을 일깨우는 상징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대통령께서 직접 건설한 평화를 향한 길을 내게 보여주셨다. 한국인 모두를 위해서 북한은 이 길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한반도는 언젠가는 철책선과 공포로 분단되어 있지 않고 하나로 통일된 한반도이다.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인생의 노년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군대에는 식량이 공급되면서 어린이들이 굶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국가도 주민들에게 감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정권의 기계적 부속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가장 위험한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 정권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 식량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 희망은 더 커지고 위협은 더욱 적어지는, 그러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미완인 채 남아있는 이 철로처럼 우리의 제의에 대해 아직 북한측으로부터는 답변이 없다. 오늘날 지뢰밭과 철책선을 넘어 이 자유의 불은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다. 휴전선 양쪽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폭력과 기아, 전쟁의 위협이 없는 곳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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