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대화거부 안팎]北 예상된 거부 냉각 길어질 듯

  • 입력 2002년 2월 22일 22시 39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2일 담화를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며 북-미대화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표출한 것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그 표현이 상당히 거칠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미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북-미관계 전망〓부시 대통령을 ‘정치적 미숙아’라고 표현한 북한의 강한 반발은 우리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강경한 반응이 반드시 북-미관계의 악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갈 것이고 △대화 여부에 관계없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체제 비난에 대해서는 조건반사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하는 북한 군부 체제의 특성 때문에 이 같은 담화가 나왔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대화 부정 선언이나 같다’고 말한 것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시간벌기용’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대화의 시간 얼마나 있나〓그러면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관계의 냉각기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내년엔 △북한의 미사일실험 유예기간 종료 △경수로완공 지연에 따른 북한측 반발 △남한의 새 정부 출범 등 중요한 변수들이 많아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북-미 대화 시작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북한이 올해 안에 북-미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상황이 정말 심각해질 것”이라며 “미국도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상황인 만큼 북한이 우선 남북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 북한이 대화에 응하는 일만 남았다고 판단하는 있는 듯한 분위기다.

▽남북대화 전망〓우리 정부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대화 거부 의사보다는 최고지도자를 비난한데 대한 반발로 보면서 특히 북한이 대남비난을 철저히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조만간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북한의 이중적인 접근 전략 때문이다. 북한 김일성방송대학이 21일 특강에서 ‘북남 최고위급’ 대화와 협상 진행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물론 특강 내용을 보도한 매체가 대남전용 보도 매체인 평양방송인 데다 그 형식도 남한 및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대학 강의 형식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미정상회담 직후 특강 내용이 보도됐다는 점과, 북한이 다양한 남북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김영식기자 taylor55@donga.com

이종훈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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