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한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고 있다.
비서진에 따르면 박 의원은 그동안 줄곧 자택에서 혼자 휴식을 취했고, 자택으로 찾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
한 측근은 “이번주 초까지는 이렇다할 공식 일정이 없다. 5일경 의원회관에 나갈 것 같으나 누구를 만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 의원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4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주관하는 한반도 관련 국제 세미나에 한국측 대표로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기로 한 것이 박 의원 측이 공개한 유일한 일정이다.
박 의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다만, 박 의원이 자신의 탈당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여론이 예상보다는 썩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박 의원의 침묵과 달리 정치권에선 ‘영남 신당설’ 또는 민주당 일부와 자민련 민국당이 어우러진 ‘반(反) 이회창(李會昌) 연대설’ 등 구구한 관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측근들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박 의원은 천천히 움직일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집안단속…朴에 반격준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측은 박근혜(朴槿惠) 의원 탈당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강온 양면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박 의원에 대한 동정론 확산을 막기 위해 일단 박 의원을 붙잡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탈당 도미노’를 막기 위해 집안 단속에 나서는 한편 박 의원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8일 이성헌(李性憲) 의원과 단둘이 만난 데 이어 조만간 김영춘(金榮春) 의원도 만나 당에 남도록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탈당설이 나도는 김덕룡(金德龍) 의원과 가까운 사이.
또 이 총재의 한 측근은 “박 의원의 (대선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될 때에 대비, ‘제2의 이인제론’ 등의 공격 논리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의원의 탈당으로 대선후보 경선의 의미가 퇴색하자 한나라당 당직자들 사이에 이 총재 합의추대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은 3일 “대선후보 경선을 통한 붐 조성이 필요하지만 모양새에 급급해 ‘들러리 경선’ 시비를 낳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고, 다른 당직자는 “이렇게 된 바에야 당당하게 합의추대로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