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경선 돈 얼마나 드나…조직 가동비만 하루 2000만원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22분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못지않게 정당 내의 경선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확실한 지지표 확보를 위해 조직을 동원해 선거를 치르는 관행 때문이다. 특히 정치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제가 조직 동원 및 고비용 선거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비용 경선의 주범은 조직가동비〓비교적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편인 민주당의 한 후보진영은 최근 선거인단과 맨투맨으로 접촉하는 조직활동원들에게 하루에 30만원 이상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타 후보 진영에 비해 최소한의 조직만 가동하는 데도 2개월 동안 2억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돼 실탄을 아끼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순회 경선이 치러지는 지역마다 매일 10여명의 활동원에게 10만원씩 현금을 지급하되 추가로 드는 비용은 각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사후 정산키로 했는데도 그동안 하루 평균300만원 이상 들어가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게 경선캠프 관계자의 얘기다.

유력 후보진영의 경우엔 전국적으로 100∼200명의 조직책을 두고 있어 이들이 하루에 10만원씩만 쓴다고 해도 매일 2000만원씩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2개월간의 경선기간 중 조직가동비만 1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셈이다.

한 후보진영 관계자는 “선거인단이 7만명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공공연하게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는 일은 어려워졌지만, 선거인단을 만나 식사하고 차 마시는 최소한의 비용만 써도 전체적으로는 엄청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구당 위원장 관리에만 억대 소요〓민주당의 유력 경선후보의 조직 담당자는 “최근 지구당 개편대회 때 지구당 위원장을 아군, 중립, 적군 등 3등급으로 분류해 우리 편 위원장에게는 1000만원, 중립성향의 위원장에게는 500만원, 상대편 위원장에게는 성의 표시로 200∼300만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동안 100여명의 위원장에게 건넨 돈만 족히 5억원가량이 들었고, 앞으로도 지구당 관리에 그 이상의 돈이 들어갈 것으로 이 관계자는 추산했다.

한나라당의 부총재 또는 광역단체장 경선에 나선 인사들도 하루에 10∼20곳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당 정기대회에 일일이 성의를 표시하느라 적지 않은 돈을 들이고 있다.

부총재 경선을 준비 중인 한 의원은 “부총재 1등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는 일부 유력 후보들은 봉투를 돌리는 것으로 아는데, 전체 지구당의 절반만 돌아도 억대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최근 부총재 경선에 나선 중진의원 4명으로부터 50만∼100만원씩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았다”고 전했다.

▽기타 고정비용〓민주당 경선의 경우 후보등록 기탁금에만 2억5000만원을 내야 했고, 유력후보들은 경선 출정식을 겸한 대규모 후원회를 여는 데에도 5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용, 상근 직원의 인건비, 홍보물 제작비용 등 고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의 경선 주자들도 대부분 시도별로 조직 관리자들을 1명 이상씩 두고 이들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 서울 여의도 일대에 별도의 사무실을 한 곳 이상 운영하고 있어 유지비만 월 300∼400만원이 든다. 여기에 홍보물 제작비와 우송비 등 소소한 비용까지 합치면 경선 한번 치르는데 4억∼5억원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경선 주자 측의 주장이다.

물론 이는 평균적인 경우여서 재력이 풍부한 인사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 한나라당의 2000년 전당대회에서 한 부총재 출마자는 10억원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

▽해법은 없나〓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당내 경선이라도 각종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비용 상한액을 정해 공고하고 각 후보가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경선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고문은 중앙선관위가 당내 경선을 관리하고 경선비용도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사용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앙선관위 임좌순(任左淳) 사무총장은 막대한 규모의 경선자금을 현실화해 대선 경선후보에 한해 후원금 모금 한도액을 대통령선거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의 10% 정도로 대폭 높여 투명화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추산한 유력 경선주자들의 경선비용
항목지출내용비용
조직관리△지구당위원장 활동비=150여개 지구당 위원장을 3등급으로 분류해 A급(아군) 1000만원, B급(중립) 500만원, C급(적군) 200만∼300만원 지급
△조직동원 활동비=200명 이상×10만원×60일
△캠프 상근요원 활동비=30명×2개월×200만원(월 활동비)
10억원
12억원+α
1억2000만원
지방행사숙박비, 강연장 대관료, 대의원 식사비 등
1박2일 기준 3000만원×월 최소 15회×2개월
9억원
홍보물제작
및 우편발송
1000원×7만명×2회1억4000만원
사무실운영평당 월세와 관리비 5만원×150평×2개월1500만원
음성 및
문자 메시지
△음성=건당 300원×7만명×3회
△문자=건당 30원×7만명×3회
6300만원
630만원
기타입후보 기탁금2억5000만원
총액 50억원 이상?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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