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4일 오후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절차가 끝난 뒤에 사실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김 고문에 대한 수사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2억4500만원을 2000년 ‘8·30’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비용으로 썼다는 김 고문의 고백은 그 내용 자체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해당하므로 검찰의 명백한 수사 대상이다.
하지만 ‘원칙’은 그렇더라도 그에 대한 조사가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고문을 수사할 경우 현실적으로 형평성 차원에서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다른 후보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고 그 여파는 야당에까지 미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고문은 비교적 정치자금을 조심스럽게 모금하고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를 조사하게 되면 형평성 시비가 생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면 야당에 대한 조사 요구도 빗발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심고백’ 차원의 사실 공개를 수사로 재단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이 김 고문 등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한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지금까지는 권 전 최고위원이 법정한도 내에서 정치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다른 후보에게 한도를 넘어선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 고문에 대한 수사 일정을 밝히기 전까지 취했던 조심스러운 태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검찰은 4일 오전까지 ‘정치인이 모금한 돈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고 사용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원칙론을 전제로 “선관위가 불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수사 일정은 그날 오후 선관위가 별도의 고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야 나왔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