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각개 약진' 한나라당 동요

  • 입력 2002년 3월 11일 18시 06분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탈당 후 일기 시작한 한나라당의 동요가 갈수록 내분(內紛)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일부 중진 의원들의 탈당 시사 발언에 이어 11일 이회창(李會昌) 총재 2선 퇴진 및 이 총재 측근 배제 요구까지 나오자 당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해지고 있다.

현재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 등 2명. 이들은 이 총재가 일본 방문을 마치고 15일 귀국하면 만날 뜻을 밝혀 극적 반전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 총재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어 절충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실제로 김 의원은 여야 중진의원 모임인 ‘화해와 전진을 위한 포럼’ 회원들에게 개혁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며 동참을 권하고 있다. 김 의원은 홍 의원을 서울시장 선거에 공천하는 등 6월13일 지방선거 참여 구상까지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모임의 민주당 인사들 반응은 부정적이라는 후문이다.

최병렬(崔秉烈) 부총재가 제기한 이 총재 측근 문제도 앞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윤여준(尹汝雋) 기획위원장은 “측근이 어디까지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되면 액션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몰아치는 홍사덕▼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당이 지금처럼 분열과 축소 지향으로 계속 가면, 이회창 총재의 집권 자격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어제 당권-대권 분리 등에 관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는데….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통합과 화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

-탈당도 생각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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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고장났다고 해서 고치지도 않고 내버리는 사람은 없다. 2년 전 한나라당을 제1당으로 만들기 위해 (내가) 얼마나 헌신했나. 만약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그 때 가서 생각해보겠다.”

-‘돈으로 안 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서울시민에게 입증해 내겠다’고 했는데, 서울시장 선거엔 나갈 것인가.

“지나간 얘기는 입에 담지 말자. 다만 5선의원으로서 재산변동이 없는 게 무능한 것인지, 청렴한 것인지 서울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볼 것이다.”

-그 말은 결국 상대후보의 ‘돈 선거’ 의혹을 뜻하는 것인가.

“가까운 위원장이 최근 자기 지구당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정밀 조사하고 오더니 이제 알겠다고 말하더라.”

-오늘 당 서울시지부 선관위에서 후보등록 연기를 결정하는데….

“관심 없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거리 두는 이부영▼

총재단 총사퇴 및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긴급 제안한 이부영 부총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듭 이회창 총재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경우에도 탈당할 뜻은 없다.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어떻게 해서든 이탈자를 막자는 뜻”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김덕룡 홍사덕 의원과는 거리를 두었다.

-김, 홍 의원과 의견을 나누었나.

“10일 김 의원과 만나 술 한 잔 하며 비상기구 참여를 권했다. 홍 의원과는 전화통화만 했다. 기구가 만들어지면 두 사람의 이탈 움직임을 유예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 의원은 동의했나.

“쉽게 얘기하겠느냐.”

-홍 의원 주장에 공감하나.

“판단을 유보하겠다.”

-이 총재는 10일 출국하면서 ‘이미 정해진 대로 간다’고 말했는데….

“김, 홍 의원과 만나 얘기를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 얘기 나눈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솔직히 서울시장 선거가 불안하다. 중부권 시도지사 선거에서 이겨야 집권해도 영남정권 소리를 듣지 않는다.”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하나.

“그때 가봐서 판단할 일이다. 총재단 사퇴 요구는 총재를 끌어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총재의 위기는 한나라당의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부담되는 최병렬▼

최병렬 부총재는 11일 홍사덕 이부영 의원의 비상체제 구성 요구에는 반대하면서도 “총재가 당내 비공식라인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 의원의 ‘최병렬 대행체제’ 주장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홍 의원과 사전 논의가 있었나.

“전혀 없었다. 짜고 한다는 오해가 있을까 걱정된다. (대행체제는)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총재와 부총재는 득표순대로 선출한 게 아니고 처음부터 따로 뽑은 것이다.”

-홍 의원이 탈당할 것으로 보나.

“토요일 만났는데 탈당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보통 심각한 게 아니더라. 홍 의원의 말은 이 총재를 겨냥한 것이다.”

-현 상황을 위기로 보나.

“신당을 만든다는 등 얘기가 많지만, 이 총재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외부 요인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내부 요인이다. 구체적으로 후보 본인의 대국민 관계와 우리 당의 단합문제다. 내부 문제로 지지세가 내려가면 외부 요인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비공식라인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당에 별도의 라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총재가 이를 고쳐야 한다. 박근혜 의원 문제도 공식조직에선 어떻게 해서든 못 나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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