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풍그룹은 90년대 들어 합판경기의 퇴조 등으로 사세가 기울다가 90년대 중반 창업자인 고판남(高判南·98년 작고) 전 국회의원의 손자 형제가 경영 일선에 등장하면서 국제자동차경주대회와 지역민방사업 유치 등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창업자의 손자인 고대용 세풍월드 전 부사장(35)은 전북 군산시 옥구읍 120만평 폐염전 부지에 자동차 경주장과 요트장, 골프장 등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다 자금난을 겪다가 95년 민선지사로 취임한 유 지사를 만나면서부터 활력을 되찾았다.
세풍 측은 국제적인 공신력 확보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도지사의 보증과 행정지원이 필요했고 해외자본 유치를 도정(道政)의 기치로 내걸었던 유 지사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
유 지사는 10여차례나 해외에 나가 대회 유치를 지원해 96년 유치를 확정한 데 이어 도청에 대회준비조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세풍그룹의 자본능력과 사업 타당성 등을 우려하는 지역 여론과 당시 군산시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풍의 폐염전 부지 106만평을 준농림지에서 위락시설 설치가 가능한 준도시지역으로 국토이용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평당 몇백원에도 거래가 되지 않던 염전부지가 몇만원대를 호가하게 됐고 세풍 측은 이를 담보로 700억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풍 측은 97년 기공식을 갖고 말뚝만 몇 개 박은 뒤 차일피일하다 98년 2월 부도가 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그 뒤 전북도는 해외자본을 유치해서라도 대회를 성사시키겠다고 공언하다 도의회 등의 압력을 받고 용도계획 변경 4년반 만인 지난해 12월 준농림지로 용도를 환원했다.
이 사업은 초기부터 세풍 측이 사업추진 의지나 능력도 없이 버려진 땅을 용도 변경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말이 무성했다.
또 세풍은 96년 전주지역 민방사업에 뛰어 들어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사업을 따냈다.
전주〓김광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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