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지사 회계관리자 소환

  • 입력 2002년 3월 12일 18시 17분


공적자금 비리 특별수사본부(본부장 김종빈·金鍾彬 대검 중수부장)는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가 세풍그룹에서 로비자금 4억원을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 유 지사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에 관계없이 조기에 소환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세풍그룹 관계자 등에게서 “95년경 유 지사의 측근에게 국제자동차경주대회(F1 그랑프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14일부터 유 지사의 회계 관리자와 가족 등 측근을 소환해 세풍그룹에서 돈을 받았는지와 유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추적을 통해 관련자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대통령 후보 경선 일정에 관계없이 유 지사를 소환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경선이 끝난 뒤 유 지사를 소환하려고 했으나 의혹이 부풀려져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유 지사에게 공소시효가 5년 이상인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세풍그룹에서 96년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빠져나간 회사 자금 수십억원 가운데 일부가 유 지사 외에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됐다는 첩보를 입수, 금융계좌를 추적하는 등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 지사는 이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단체장으로서 세풍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를 도와주기는 했으나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번 세풍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매번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주말 열릴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지역 경선에 예정대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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