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발전노조 파업 등에 대한 장관들의 현안보고를 들은 뒤 고건(高建) 서울시장에게 “서울 지하철(노사상황)은 어떠냐”고 물은 게 전부였다.
회의 말미에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대통령 말씀’ 순서로 넘겼으나 김 대통령은 “이만 끝내자”며 회의를 마쳤다.
김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동계 파업이나 하이닉스 문제 등 내각이 뭣 하나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단지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도 많았다. 연일 계속되는 아태재단 및 친인척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한 불편한 심사도 함께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청와대는 그동안 아태재단 관련 의혹들에 대해 “특검에서 조사할 일”, “아태재단이 해명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다. 잘못 대처할 경우 공연히 일을 키울 수 있는 데다, 앞으로 또 무슨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는 경계심 때문이었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이날 “특검에서 ‘게이트 돈’이 아태재단에 들어갔다는 식으로 몰아가 본말이 전도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