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太재단이 DJ일가 私금고냐”

  • 입력 2002년 3월 13일 18시 03분


한나라당은 13일 아태재단에 대한 공세의 초점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에게 맞췄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당3역 회의에서 홍업씨가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와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은 돈의 규모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의 정상적 거래였다면 굳이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주고 받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다른 당직자들도 “문제의 차명계좌가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 있는 아태재단의 비자금 계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의혹이 제기된 만큼 대통령의 아들이라면 스스로 조사에 응해 진상을 가려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태재단이 DJ 일가의 사금고냐”고 묻고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성환씨에 대한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한 당직자는 “당에 ‘홍업씨를 만나려면 먼저 김씨를 만나 사전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거나 ‘한때 김씨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는 등의 제보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청와대도 입을 열었다. 홍업씨와 아태재단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친인척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알아본 내용”이라며 “이미 아태재단에서 밝혔듯이 이용호씨 돈은 아태재단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성환씨의 차명계좌 문제는 김성환씨의 문제이지, 홍업씨와는 무관하다”며 “확인되지 않은 일들을 가지고 일부에서 아태재단이나 홍업씨가 이용호씨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홍업씨와 가까운 한 인사도 “김성환씨가 아태재단 계좌로 송금한 1억원은 결단코 이용호 돈과는 관련이 없다”며 “만일 이 돈이 이용호의 돈이라면 현금으로 입금하지 수표로 입금하고, 또 돈을 직원들 퇴직금으로 썼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또 “특검에서 홍업씨를 부르면 출두해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송인수 기자 issong@donga.com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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