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저녁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서울 여의도 당사로 직행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당직자들로부터 심각한 보고를 받았다.
서울 가회동 빌라 문제나 손녀의 국적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접근이나 측근정치 논란과 관련해 ‘동지는 있어도 측근은 없다’는 식의 태도는 고압적으로 비친다는 직언을 한 당직자도 있었다.
즉각 가회동 빌라에서 이사하고, 손녀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등의 제언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이 총재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고 당직자들은 전했다.
이와 별도로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은 상근특보단 및 비서실 관계자들과 문을 걸어잠근 채 2시간여 동안 별도의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당내 갈등의 주요인인 측근정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래연대 소속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의 핵심요구 사항인 5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대권분리와 집단지도체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당론 결정 절차를 밟아 확정된 사안을 뒤집을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었다는 것.
대신 이 총재가 조기에 대선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당무 일선에서 물러서는 모양을 갖추고, 당은 총재권한대행 체제로 끌고가는 식의 수습책이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한 특보는 “전당대회 선거준비위원회와 총재단회의 당무회의, 중앙위 운영위를 거쳐 확정된 절차와 일정을 다시 바꾸려면 반대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미래연대의 오세훈(吳世勳) 공동대표는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 상황은 당의 위기”라고 못박은 뒤 당 지도부의 전향적 자세 전환을 요구했다.
김원웅(金元雄) 서상섭(徐相燮) 김영춘(金榮春) 김홍신(金洪信) 의원 등은 따로 맨투맨식 접촉을 갖고 ‘1인지배 정당구조 해체’와 이부영(李富榮) 부총재가 제기한 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중 김원웅 김영춘 의원은 탈당 결심을 굳히고 있는 김덕룡(金德龍) 의원을 만나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논의 결과를 설명한 뒤 함께 당내투쟁을 벌여나가자고 설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날 윤여준(尹汝雋) 기획위원장과 김무성 비서실장, 남경필(南景弼) 대변인 등을 자택으로 불러 밤 늦게까지 대책을 숙의했다.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