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경선 ‘反李 삼각연대’ 뜬다

  • 입력 2002년 3월 13일 18시 27분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기류가 변하면서 각 후보 진영의 대응전략도 바뀌고 있다. 특히 김근태(金槿泰) 후보가 12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당내 개혁그룹의 결집력이 한층 높아지자 개혁성향의 후보들간에는 2순위표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드러나는 후보간 대립각〓김근태 후보의 사퇴로 조직표와 일반공모 선거인단표를 둘러싼 후보자간의 대립각이 더욱 뚜렷이 형성되고 있다. 조직표에서는 이인제(李仁濟)-한화갑(韓和甲)-김중권(金重權)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영남에서는 이인제-김중권, 호남에서는 이인제-한화갑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일반공모 선거인단표를 놓고는 이인제-노무현(盧武鉉)-정동영(鄭東泳) 후보간의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구도 속에서 가장 불리한 측은 ‘조직’과 ‘바람’ 양측에서 개혁파 후보군에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이인제 후보. 조직에서는 한화갑 후보와, 바람에서는 노무현 정동영 후보와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전선(戰線)이 확대되면서 ‘대세론’이 거의 허물어지는 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노 후보측은 광주에서 조직력을 갖고 있는 한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견제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2순위표도 연대〓김근태 후보의 사퇴로 후보단일화론은 오히려 주춤해지고 ‘개혁후보 연대론’이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새로운 ‘연대론’의 골자는 이인제 후보를 대립각으로 설정해 조직력이 강한 한 후보는 이 후보의 조직표를, 대중지지도가 높은 노, 정 두 후보는 이 후보의 ‘바람표’를 상쇄시켜 결과적으로 개혁후보의 승리를 끌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전제 아래 개혁파 후보그룹 내에서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상호 2순위표 밀어주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한화갑-정동영 후보진영 측은 이미 “이인제 후보에게 2순위표를 주면 안 된다”는 내부 지침을 마련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개혁파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보다 연대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데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사퇴한 후보들의 2순위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기 때문에 단일화가 꼭 이인제 후보를 꺾는 데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3위 후보의 사퇴 여부가 1, 2위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 단일화를 하기보다는 개혁파 후보그룹이 3위를 차지할 경우 막판사퇴를 역전카드로 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협공당하는 이인제〓개혁파의 과녁이 되고 있는 이인제 후보진영은 개혁파 후보들의 연대움직임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요즘 사석에서 “나는 경기도지사, 노동부장관 때 개혁을 직접 추진했던 사람”이라며 “개혁을 말로만 하나. 누구는 개혁이고 누구는 반개혁이냐”고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 의원들은 또 소장개혁파 의원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제발 중립만이라도 지켜달라”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은 광주지역 경선결과가 이번 경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고 캠프의 전 역량을 광주에 투입하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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