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는 전적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취해진 것으로 향후 유사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선례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우리 정부와 UNHCR측에 통보했다. 14일 주중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5명의 처리 방향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것도 중국 정부의 이런 강경한 입장 때문이다.
특히 장길수군 사건 때는 난민 보호를 주업무로 하는 UNHCR가 협상 주체로 나서 일이 잘 풀린 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스페인 정부가 UNHCR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중 스페인 대사관은 현재 이들의 신병을 UNHCR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길수군 사건 이후 UNHCR의 중국 내 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최근 중국은 자신들을 인권후진국으로 비판한 미국의 ‘2001년 각국 인권보고’에 발끈해, 미국의 인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인권문제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진행상황을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결국 중국 정부가 재작년 1월 탈북자 7명을 강제 북송할 때처럼 ‘법대로’를 강조하느냐, 아니면 지난해 장길수군 사건을 처리할 때처럼 ‘인도주의적 차원’에 따르느냐가 이번 사건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