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중국과 스페인 두 나라가 사건 해결을 위한 협상 주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고, 일본의 탈북자지원단체가 이들의 스페인대사관 진입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북한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도 직접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관련국들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사건 해결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의 경우 지난해 장길수 가족 문제를 처리할 때 보여줬던 적극적인 배려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의 베이징 유치를 앞두고 있어 세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요인이 없다.중국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이 “난민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대하겠다”며 과거 탈북자 문제 발생시와 같은 원칙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한 것도 중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도 “난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장 대변인은 그러나 동시에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대하겠다”고도 말해 제3국 추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스페인은 이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통해 이 사건의 해결방안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스페인이 탈북자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만큼 외교력을 발휘할 경우 이들의 한국행 성사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북한. 과거의 예로 볼 때 북한은 탈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자국민 납치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개입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적군파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이 일본 내에서 쟁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관여한 탈북자지원단체 등 민간단체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직접적인 당사국 외에도 미국이 이번 사건에 개입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한 뒤 미국측이 북한과의 대화의제로 북한 인권문제를 포함시킬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