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DJ와 合席’ 누구 힘 빌렸나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37분


대통령과 한자리에
대통령과 한자리에
지앤지 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청와대 행사에 참석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한 의혹은 어떻게 이씨가 행사 참석자로 선정됐는지와 헤드테이블에 김 대통령과 함께 앉을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이씨는 2000년 3월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연구소 5000개 돌파 기념 다과회’에 5000번째 기업 연구소로 등록된 ㈜시스웨이브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 행사를 주관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설명은 시스웨이브가 전산상 등록 신청 순서에 따라 5000번째로 등록된 기업연구소로 결정돼 이씨가 행사 참석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씨의 행동 반경이나 로비 행태를 감안하면 이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씨는 행사 참석 이틀 전에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를 만나 5000만원을 전달했다. 이씨는 그 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인터피온 사외이사 도승희(都勝喜)씨를 통해 이수동씨에게 청탁해 주가조작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무마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씨가 이수동씨나 정부 또는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실력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스웨이브가 지난해 6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록을 자진해서 취소한 점은 의혹을 더한다. 시스웨이브는 연구원이 대부분 퇴직하고 연구 실적이 없어 등록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산업기술진흥협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용호씨의 좌석을 김 대통령과 같은 헤드 테이블에 지정했다고 밝혔지만 이 부분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협회에서 계획을 세워 의견을 냈더라도 절차상 청와대의 관련 수석비서관실이 행사 참석자의 신원 및 지위 등을 면밀히 파악해 참석자 좌석을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리 배치 과정에 청와대 및 행사 관계자 등이 외부 인사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특검 수사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씨의 청와대 행사 참석이 패스21 대주주 윤태식(尹泰植)씨의 청와대 행사 참석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윤씨는 2000년 5월 김 대통령이 주재한 ‘니카라과 대통령 만찬’에 참석해 당시 박준영(朴晙瑩)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을 처음 만났다.

윤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중소기업청이 벤처기업인 가운데 윤씨를 ‘이달의 벤처인상’ 수상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청와대에 추천했다”고 밝혔지만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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