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25명 성명서 요지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37분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하고 있는 탈북자 25명은 미리 준비한 영문 성명서를 배포했다. 다음은 그 요지.

위험과 절망에 내몰린 우리 탈북자 25명은 오늘 당신들 앞에 서 있다. 우리는 모두 여섯 가족과 2명의 고아소녀로 구성돼 있으며, 8명은 어린이들이다.

우리 25명은 다른 무엇보다도 난민 지위를 원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관행은 탈북자들을 무조건 강제 송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난민 자격을 얻기까지 보호받기 위해 당신들 사무소(스페인대사관)에 들어왔다. 우리 중 다수는 북한에 남아 있는 친지에게 가해질 박해가 두려워 우리의 신분을 감춰두는 것이 필요하고, 같은 이유로 우리들의 사진이 공개되지 않기를 정중히 요청한다.

우리는 지난해 각각 식량과 압제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탈북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에 송환됐고, 여러 달에 걸쳐 혹독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억류생활을 겪었다. 이후 우리는 다시 중국으로 탈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현재 중국 여러 곳으로부터 외국인의 도움으로 여기 모이게 됐다.

우리가 다시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에 강제송환될 경우, 우리의 목숨은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과거의 탈북 경력과 이번 한국행 요구로 인해 북한 당국은 우리의 자유를 박탈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응당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는다. 이에 따라 우리 개개인의 난민 자격 요청 및 북한에서 받은 박해 내용에 관한 증언과 우리의 이름을 첨부한다.

우리는 북한 내에서 극도의 절망감과 박해에 대한 공포로 인해 앉아서 수동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기다리느니,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들 중 일부는 중국 당국이 우리를 다시 북한에 돌려보낼 경우에 대비해 자살을 위한 극약도 갖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힘은 당신들에게 무릎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것뿐이다.

베이징 스페인대사관에서, 2002년 3월14일 오전 9시45분.

탈북자들의 요청에 의거해 국제인권자원봉사단과 도쿄(東京)의 NGO ‘북한난민을 위한 생명기금’이 성명을 언론에 배포함.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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