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유 지사는 전북 출신 후보라는 점 외에는 다른 후보들과 지지층이 별로 겹치지 않아 그의 중도사퇴가 향후 경선 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같은 하위권 그룹이었지만 김근태(金槿泰) 의원이 개혁후보라는 상징성을 갖고 경선 판도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데 반해 유 지사는 당내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유 지사가 계속 버틸 경우 헌정사상 처음 실시하는 국민참여경선제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적잖이 우려해 왔기 때문에 그의 결정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 지사는 이날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자리를 떴다. 다음은 유 지사의 측근인 경선대책본부 박영석(朴榮錫) 제2기획조정실장과의 문답 요지.
-탈당까지 하는 이유는 뭔가.
“현 정부의 경제개혁 추진 과정에서 유 지사는 정책조언과 함께 비판도 많이 했다. 그때마다 민주당 핵심부에서 압박해 왔다.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직후 ‘현 정부의 정책이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사례가 많고 경제정책도 미완에 그쳤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후 실세인 K씨와 P씨로부터 굉장한 압력을 받았다.”
-권력 실세로부터 압력을 받은 다른 사례가 있나.
“금년 1월 모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법치주의가 실패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직후에도 K씨가 전화로 압력을 가해 왔다. 또 지난해 6월 연세대 특강에서 ‘경제개혁은 미완의 실패’라고 말했다가 권력층으로부터 압박성 전화를 받았다. 심지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담은 저서 ‘대중경제론’ 서문에 있던 ‘유 지사의 도움에 감사드린다’는 문구가 증보판에서는 빠져 버렸다.”
-후보사퇴 압력도 받았나.
“검찰이 수사 계획을 언론에 흘리기 2, 3일 전에 모씨로부터 후보를 사퇴하라는 요지의 전화를 받았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