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거부〓두 사람은 이날 오전 ‘우리의 입장’이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일련의 사태는 이 총재 1인 지배 정당구조와 이 총재의 독선, 공인으로서의 명쾌하지 못한 처신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도, 이를 수습·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오직 이 총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이어 “이 총재가 국민 앞에 진실에 찬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그 결단은 몇 사람의 흥정이나 협상의 산물이 돼서는 안되고 국민을 향한 이 총재 자신의 답변이어야 한다”며 회동 제의를 거부했다.
두 사람은 공식 입장 표명 외에 다른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내에선 두 사람의 이날 성명을 ‘탈당 수순 밟기’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 사람이 이미 내심 개혁신당 창당 결심을 굳힌 상태에서 이 총재를 만나 봐야 마치 정치적 흥정이나 하는 것처럼 투영될 뿐이라고 판단, 회동 자체를 거부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이날 개혁 성향의 여야 중진 모임인 ‘화해와 전진을 위한 포럼’에서 “마음은 이미 정리된 상태다. 현 정당으론 안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 대응〓이 총재와 김 의원이 15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혀 온 이 총재 측은 회동 거부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경남도지부 후원회 행사 참석차 창원을 방문한 이 총재도 두 사람의 성명 내용을 보고 받고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일본 방문 후 김 의원과 만나서 당의 단합과 발전을 위한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못만나겠다고 하니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 총재측은 그래도 당분간 설득 노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는 갈수록 회의적인 모습이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치는 때로 어려운 일을 겪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을 확고히 잡고 흔들림없이 당을 지켜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기춘(金淇春) 총재특보단장도 “비주류측 등에 대한 여러 설득과 노력은 적극적으로 하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보수 의원 성명〓김용갑(金容甲) 의원을 비롯한 당내 보수성향 의원 50명으로 구성된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성명을 냈다. 이들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고 당의 단합을 통해 반드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모아야 한다. 일부에서 요구하는 5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대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 도입은 용납할 수 없다”며 김, 홍 의원을 비난했다.
이들은 또 “측근 정치 주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 총재의 리더십을 훼손한 만큼 차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창원〓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