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5명의 탈출을 도운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4)은 14일 이들의 탈출 뒷얘기를 일부 소개했다.
▽탈출 배경〓폴러첸 박사는 “7명의 북한인이 지난해 6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北京) 대표사무소에서 망명을 신청, 성공한 데 따라 이번 일을 단행하기로 했다“고 밝혀 장길수군 가족의 성공 사례가 자극제가 됐다고 시인했다. 그는 탈출 과정에서 탈북자들이 야구 모자를 쓰는 등 관광객 차림을 했으며 관광버스를 빌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탈북 지원세력〓폴러첸 박사는 자신을 ‘느슨한 형태의 국제조직의 일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이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신중히 준비된 것이라면서 독일, 미국, 프랑스, 한국 출신의 인권운동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이들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대사관 선택 이유〓폴러첸 박사는 “탈북자들은 당초 베이징 주재 독일 대사관에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13일 밤 독일 대사관에 대한 경비가 유독 삼엄해져 스페인 대사관을 선택했다”면서 중국 당국이 사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사는 탈북자들이 쥐약과 소규모의 농축 아편 뭉치들을 갖고 있으며, 아무런 도움도 얻지 못할 경우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러첸은 누구〓폴러첸 박사는 독일의 민간구호단체 ‘카프아나무르’소속으로 99년 7월∼2000년 12월까지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벌이다 북한 비방 발언으로 추방당한 뒤 북한의 실상을 폭로해 왔다.
그는 “북한은 지상의 지옥으로, 옛 독일 집단수용소 체제의 업그레이드된 형태”라며 “북한이 89년 동독과 같이 붕괴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이 성공했으므로 또 다른 150명의 탈북자들이 지구상의 어느 대사관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다음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박사는 “독일인들은 나치 시절 행했던 처형에 관해 침묵, 비난받아왔다”며 “나는 한 독일인으로서 밝혀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