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읍참측근' 카드 뽑을까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20분


“사슴을 잡으려면 토끼에게 눈길을 줘선 안된다는 말이 있다. 토끼에 정신이 팔리면 어떻게 사슴을 잡나.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힘과 노력과 희생을 다해야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5일 경기 부천시 원미갑 지구당 정기대회에서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비장한 어조로 “우리 스스로가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을 위한, 국민 우선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확신이 없다면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회동 제의를 거부한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뿐만 아니라, 아직도 갈등의 회오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 전체를 향한 경고와 호소였다

사실 다양한 수습안이 이 총재에게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총재의 핵심측근인 윤여준(尹汝雋) 기획위원장은 “지금은 김, 홍 의원의 진의 파악이 급선무”라며 “두 의원의 대화 거부가 (협상을 위한) 압박카드라면 대화의 여지는 있으나 만약 ‘탈당수순 밟기’라면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측은 이런 원칙 아래 여러 가지 제도 및 인적 쇄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전 집단지도체제 도입은 절차상 불가능하지만 △경선 돌입 후 총재권한대행 체제 운영 △전당대회 후 부총재 합의제 운영 등이 제도개선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인적쇄신 차원에서 당내 표적이 된 측근인사의 백의종군론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김, 홍 의원이 절충안을 수용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하순봉(河舜鳳) 부총재와 김기배(金杞培) 의원 등 측근인사들마저 인적쇄신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 총재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하 부총재는 이날 서울 동대문갑 지구당 정기대회에서 “헌신하고 희생할 때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어렵고 힘들 때는 앞장서서 음해만 하는 사람들은 안 된다”며 2선 후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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