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 검은돈 관리, 김성환씨는 숨은 집사”

  • 입력 2002년 3월 18일 18시 39분


한나라당은 18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로부터 거액을 전달받았다는 의혹(본보 18일자 A1면)이 일자 홍업씨의 특별검사팀 출두를 요구했다. 청와대측은 이에 “특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당3역 회의에서 “김성환씨는 홍업씨의 검은 돈을 관리해 온 숨은 집사였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배경이 대단치 않은 김씨가 차명계좌에 수십억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했다거나, 현 정권 들어 급성장한 H사를 통해 치밀하게 자금세탁을 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김씨가 홍업씨의 돈을 대신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특검 관계자가 ‘못 볼 것을 봤다’고 말한 것은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련 단서가 포착됐다는 뜻이다”며 “돈의 줄기를 찾았으니 하루빨리 특검 기간을 연장해 돈의 흐름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씨는 홍업씨와 아태재단의 자금줄, 또는 돈 세탁 정거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특검에서 확인 발표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확대 추측하는 일이 있으나, 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특검이 사실대로 수사할 것인 만큼 정치권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수사결과를 지켜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홍업씨와 김씨는 오래 전부터 사업도 같이 했을 만큼 가까운 사이이지만 친구의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이 전부 자기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홍업씨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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