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차례 치러진 지역별 순회경선에서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다툼을 벌이면서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당내의 대세가 ‘우선은 경선을 잘 치르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경선과 함께 당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대선 필패론’에 바탕했던 정계개편론의 설 자리를 점점 좁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양자대결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내에 희망적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정계개편의 불가피성을 강조해 온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이나 천용택(千容宅) 정균환(鄭均桓) 박상규(朴尙奎) 의원 등이 최근 들어 “경선부터 잘 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당내 분위기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민주당내의 정계개편론이 수그러드는 것과 맥을 같이해 박근혜(朴槿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 추진 세력의 기세도 수그러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당이 파괴력을 갖기 위해선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세 결집이 필수적인데 여권 내부의 정계개편론이 주춤하면서 여야를 아우르는 방식의 신당 추진이 현재로선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경선에서 영남 출신인 노 후보의 바람이 확산될 경우에는 지금까지 신당 창당 추진 세력의 주요 논거였던 ‘영남후보론’과 ‘개혁세력 결집론’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탈당설이 나돌고 있는 김덕룡(金德龍) 의원 측이 18일 “노 후보의 개혁 노선은 실체가 드러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며 노 후보를 견제하고 나선 것도 그가 신당 창당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 후보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결정될 경우에는 영남 분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또 노 후보 자신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정계개편을 수용할 수 있다”며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어 본격 정계개편이 민주당 경선 이후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