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김성환, 대통령차남 돈관리 역할-수법 닮은꼴?

  • 입력 2002년 3월 18일 18시 42분


김성환(金盛煥·전 서울음악방송 사장)씨와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씨.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김성환씨의 돈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성환씨가 이성호씨와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씨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의 자금관리인 역할을 했던 인물. 1997년 현철씨 비리 사건 수사 때 가장 중요한 참고인이었다.

물론 아직은 김성환씨의 정체와 역할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김성환-김홍업씨의 관계를 이성호-김현철씨와 바로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이들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 엿보인다. 두 사람 모두 전현직 대통령 차남의 ‘측근’으로 거론된다. 김성환씨는 홍업씨와 고교 및 ROTC 동기로 절친한 사이. 정치권에서는 홍업씨와 바로 통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젊은 기업인 모임인 ‘경영연구회’ 멤버로 현철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이씨는 김영삼 정부 당시 ‘소통령’으로 불렸던 현철씨의 자금을 관리해주고 자신의 돈 17억여원도 제공했다.

김성환씨도 지난해 초 홍업씨에게 1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났으며 그의 차명계좌에서 흘러나온 돈이 홍업씨에게 들어간 것도 특검팀에서 확인됐다.

철저한 자금세탁도 공통점. 이씨는 수십개의 가차명 계좌를 동원해 현철씨의 자금을 세탁했다. 김성환씨의 10억원대 차명계좌에 대해 특검팀은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을 동원해 자금세탁을 했다”고 말했다.

‘관심사’도 유사하다. 이씨는 문민정부 당시 서초케이블TV 운영권을 따내 미디어 분야로 진출했다. 김성환씨도 서울음악방송과 GG-TV 등 위성방송 사업에 손을 댔다.

수사 초기에 잠적한 것도 비슷하다. 이씨는 현철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97년 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그 해 5월 검찰의 종용으로 귀국했다.

김성환씨도 특검팀의 계좌추적이 본격화하자 자취를 감춰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검팀 주변에서는 김성환씨와 이성호씨의 이런 닮은 모습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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