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총재비서실장은 18일 당 내분 사태가 이번 주중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중진 및 소장파 의원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온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결론이 곧 선보일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총재 자신도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민주당의 권역별 국민 경선이 날이 갈수록 국민적 관심을 모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분열상이 장기화될 경우 이 총재에게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가 18일 오전으로 예정된 총재단 회의를 저녁 만찬으로 조정한 것도 최종 결론을 앞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만찬이 사태수습을 위한 ‘신호탄’인 셈이다.
이 총재는 이날 여의도 63빌딩 만찬에서 그동안 불거진 갖가지 당내 문제에 대한 부총재들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한 뒤 수습 방안의 원칙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가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 기존의 틀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누구보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8일 이 총재와 오찬을 함께 한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는 “이 총재가 당내 문제의 맥을 정확히 짚고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17일 저녁 이 총재의 자택을 찾은 한 당직자도 “총재에게 최근 논란이 된 ‘빌라 파문’과 측근정치에 대한 당내의 비판적 분위기를 상세히 전달했고, 총재도 이에 수긍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에 대해서도 ‘같이 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어 수습이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 한 측근은 “두 의원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지만 이 총재가 적극 나서며 인간적인 신뢰회복 조치를 취하면 그동안 쌓였던 냉기류가 걷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가 측근으로 지목된 ‘3인방’을 직접 거론하며 백의종군을 종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 우리가 표적이 돼야 하느냐”는 당사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대신 이 총재가 부총재 경선 주자들을 상대로 공정 경선의 의지를 강조하는 선에서 해당자들을 우회적으로 ‘엄중 경고’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