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심이를 서울서 보게 되다니…"

  • 입력 2002년 3월 18일 22시 41분


“아, 저기 현심이다. 저기 김영희씨는 2년 전보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네.”

18일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탈북자 가족들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던 서울 마포구 A교회 B목사의 눈가엔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1999년 6월 조선족이 많이 모여 사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 교회에서 처음 만난 뒤 2000년 10월 이후 소식이 끊겼던 반가운 얼굴들….

이번에 한국에 온 탈북자 6가족 중 이일철씨(49), 이성씨(43) 두 가족 8명은 A교회 관계자들이 99년부터 2000년 10월까지 5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해 옷과 학비 등을 대주는 등 꾸준히 도와온 가족들이다.

“2000년 4월이었어요. 중국에서는 외국인 선교가 불법이어서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탈북자들을 시내로 데리고 나와 중국 음식을 사 줬지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본다’고해서가슴이뭉클했어요. 우리와 한 핏줄인 그들이 고생스럽게 한국땅을 밟은 과정을 상상하면 가슴이 아파요.”

B목사는 이일철씨의 부인 김영희씨가 2000년 5월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다. 김씨는 ‘저희들은 앉아서 죽기보다 중국 땅에서는 쌀밥을 먹는다기에 중국에 오게 됐습니다. 저희의 소원은 하루 빨리 난민으로 인정돼 이 세상 사람들처럼 활개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합니다’라고편지에적고 있다.

이에 앞서 이일철씨의 아들 대갑과 딸 현심도 99년 10월 B목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중국이란 나라에 와서 공부란 생각도 못 해본 우리에게 책가방과 학용품을 주시고 공부까지 시켜주신 은혜를 영원히 못 잊겠습니다.’

B목사는 “그동안 우리가 도왔던 탈북자 가족들은 2000년 이후 감시의 눈길을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만나 함께 한국에 온 것으로 안다”며 “하루 빨리 이들을 다시 만나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