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좋은 곳서 교육시키고 싶다"

  • 입력 2002년 3월 18일 22시 41분


18일 오후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탈북자들은 몸은 지쳐 보였지만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다른 승객과 승무원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오후 5시40분경 공항 2층 9번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낸 여섯 가족과 개인 3명 등 탈북자 25명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땅을 밟은 소감은….

“북한보다 잘 사는 한국에 소망대로 와서 기쁘다. 열두 살과 열일곱 살 먹은 아들과 딸을 두고 왔다. 보고 싶어도 통일이 돼야 다시 볼 수 있지 않겠나.”(이성씨·43·광원)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중국에 와서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알았다. 중국에서는 계속해서 탈북자들을 매일 매일 잡아갔다. 그래서 차라리 중국에서 죽느니 한국에 가서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이씨)

“한국으로 가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유동혁씨·45·치과의사)

“나이도 어리고 배운 것도 없지만 한국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내 꿈을 이루기 위해….”(김향양·16·고아소녀)

-(김양에게) 꿈이 뭐냐.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주신 여러 고마운 분을 위해서라도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

-여섯 가족과 개인 3명이 언제 어떻게 서로 알게 됐나.

“1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조선족이 운영하는 여관에서 10명이 모였고 그 뒤 3일 동안 25명이 다 모였다.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25명이나 된 줄 알게 됐다.”(이씨)

-베이징에는 탈북자가 얼마나 있나.

“다들 숨어서 살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이씨)

-앞으로 계획은….

“하루빨리 정착해 대한민국 법대로 자유롭게 살면서 자기 희망하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이씨)

“아이들을 좋은 곳에서 교육시키고 싶다.”(최병섭씨·52·공장근로자)

이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공항 동쪽 맨 끝 귀빈 주차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피랍 탈북인권시민연대’ 회원 10여명이 꽃다발을 전달하며 “정말 잘 왔습니다”고 환영인사를 건넸다.

탈북자들은 이어 경찰의 경호 아래 45인승 대형버스에 올라 주차장을 빠져나가 오후 7시 10분경 서울시내 모처에 도착해 한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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