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강경론 선회]'비주류 이탈' 출혈감수 당장악 선택

  • 입력 2002년 3월 19일 17시 5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19일 기자회견은 비주류의 일부 이탈을 감수하더라도 당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장악의 끈을 놓칠 경우 여야간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질 대선정국의 격랑을 헤쳐나가기 힘들다는 이 총재의 상황 인식이 담겨 있다고 이원창(李元昌) 총재특보는 말했다. 이 총재가 “총재직을 권한대행체제로 넘기는 것은 총재직 사퇴와는 다르다”고 못박은 것도 당권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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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반전〓이 총재가 고심한 점은 당헌을 고치지 않고 ‘운용의 묘’를 찾을 수 있는 절충점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이 총재가 18일 저녁까지 적극 검토한 방안은 ‘총재경선 불출마’ 카드.

당헌을 바꾸지 않고서도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총재단 만찬 이후 기류는 급변했다.

만찬 직후 이 총재 자택에서 열린 긴급 특보단 모임에서 강경론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특히 심야 측근모임에선 총재경선 불출마가 치열한 당권 투쟁을 촉발, 또다시 당이 심각한 내홍(內訌)에 휩싸일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많았다.

이 총재가 회견에서 “과열된 (총재)경선 분위기로 당 안팎에서 불쾌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힌 것도 같은 취지였다. 이 총재는 앞으로 직접 비주류 중진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회견 이후 일부 소장파 의원들까지 흔들리고 있어 당내 동요와 갈등이 진정되고 봉합되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족문제〓이 총재는 서울 가회동 빌라 파문과 손녀의 ‘원정출산’ 논란에 대해 “앞으로 가족들이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근신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빌라 문제에 대해 “작은 셋집을 전전하는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을 했다”며 조속한 이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병국(鄭柄國) 총재비서실 부실장은 “대선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춘 전셋집을 바로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이사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손녀의 국적과 관련해서는 국내법에 따라 이미 출생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총재실 관계자는 “어제(18일) 본적지(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손녀의 출생신고를 마쳐 국내법상 자동으로 국적이 취득됐다”고 전했다. 절차상 시간이 늦어졌을 뿐이라는 얘기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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