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이후 정부 부처와 공기업, 산하단체 등에서 실시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 차별이 있었다는 말은 많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구체적인 문건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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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본보가 입수한 문건은 1998년 기획예산처가 주도한 공기업과 산하단체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마사회가 자체 구조조정을 하면서 직원들의 정치 성향과 출신 지역 등을 기초로 해직 대상을 선정한 일종의 ‘구조조정용 살생부(殺生簿)’이다.
마사회 비서실 명의로 작성된 주요 문건들은 △정리 대상 평가 내역 △구조조정 일정과 직권면직을 위한 관련 규정 검토 △인명조정(안)과 직원 성향 분석 △대상자 명단 등이다.
‘정리 대상 평가 내역’ 문건의 경우 이름과 직위, 직급, 입사연도, 출신, 주요 보직, 평가내역(A∼D급), 사내여론, 징계, 조치 등으로 구분해 정리 대상 직원들의 명단을 담고 있다.
‘대상자 명단’ 문건은 1급 간부부터 기능직 직원 및 산하협회 소속원까지 정리 대상 직원 101명을 직급과 성명 부서 직책 비고 등으로 분류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1998년 11월 강제 해직된 경북 출신의 A씨는 사내 여론 항목에 ‘호남 출신 공개적 박해인물’이라고 적혀 있다. 경북 출신의 B지점장은 비고란에 ‘특정지역 출신 인사차별 주동자, 지역편향주의자’라고 적혀 있으며 강제 해직됐다.
행정전산팀 소속 3명은 ‘반개혁인물, 이회창 지지자’로, 마주(馬主) C씨는 ‘호남 출신으로 반김대중, 이회창 지지자’로 분류됐다. 조교사 D씨는 ‘철저한 반김대중, 편향주의자, 반개혁인물’로, E씨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난, 주제 넘은 과소비’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반개혁’ ‘지역편향’ ‘이회창맨 반개혁 성향’ ‘지역탄압 주동세력’ 등 정치 성향과 출신을 기초로 한 평가들이 곳곳에 적혀 있다.
마사회는 1998년 9월22일 1, 2급 직원 28명에게 정리해고 대상자임을 통보하고 이 가운데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거부한 14명을 강제해직(직권면직)했다.
당시 문화관광부가 승인한 ‘고용 조정을 위한 직제 개편안’에 따르면 마사회 1, 2급 고용조정 규모는 1급 10명, 2급 1명 등 11명이었지만 마사회는 이보다 훨씬 많은 1급 12명, 2급 16명 등 28명을 해직하고 이듬해 1월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노조원인 3급 이하 직원들은 27명이 퇴직했다.
강제 퇴직 당한 1, 2급 간부 28명의 출신지는 영남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호남은 2명이었으며 나머지 지역은 △서울 7명 △경기 2명 △충청 3명 △강원 2명 △제주 1명 등이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