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돌풍’이 대선구도 전반을 뒤흔들 정도로 거세지면서 재계 또한 ‘노풍(盧風)’의 실체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계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노무현 이인제(李仁濟) 두 후보가 아직 정식으로 선거공약을 내놓지 않은 상태인 만큼 구체적인 정책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두 후보의 정책노선을 일단 ‘진보개혁’(노 후보)과 ‘중도보수’(이 후보)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노 후보에 대해서는 과거 노사분규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노측 입장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들어 대기업들은 “솔직히 말해 껄끄러운 게 사실”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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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에 대한 재계의 기본 시각〓전경련 고위관계자는 “노 후보의 기업정책은 출자총액 제한 폐지와 30대그룹 지정제도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등을 주장하는 전경련의 입장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후보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 “한시적으로 현행 골격을 유지하자”는 쪽이어서 출자총액 제한제도 자체를 폐지토록 요구하고 있는 재계와는 시각 차가 있다.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도 노 후보는 단계적으로 대상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제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반면 이 후보의 기업정책은 재계와 노 후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서는 “점차 개선하되 궁극적으로는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집단소송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남용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론적으로 비슷한 듯 하지만 속내는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노 후보에 대한 재계의 우려〓노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시민단체 주장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A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한 간부는 “노 후보의 정치노선에 비춰볼 때 그가 내놓을 대기업 정책은 현 정부 출범 초기의 강공책보다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또 전자업체의 한 임원은 “노 후보가 주장하는 정책이 반(反)기업적이지는 않더라도 성장보다는 분배나 평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노 후보에 대한 재계의 평가와 우려가 정책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다 노 후보 개인의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게 사실이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노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성향과 인물평가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거공약도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지금 뭐라고 평가하기는 무리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후한 편. B그룹 구조조정본부 한 임원은 “이 후보의 경우 기업정책에 대한 색깔이 분명한 편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선 중도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이 후보를 상대하기가 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와 노동부장관을 거치면서 쌓은 행정경험도 기업실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