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식 인사'가 욕먹는 이유

  • 입력 2002년 3월 20일 18시 09분


출신지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직원을 분류해 강제 해직시킨 한국마사회의 기막힌 구조조정은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흡사 6·25전쟁 때 공산치하로 함락된 지역에서 네편 내편 갈라 처형하던 장면을 연상케 하는 섬칫한 일이다.

비록 3년반 전의 일이지만 우리가 마사회 사건에서 우선 주목하는 것은 특정지역 일색으로 구성된 당시 마사회의 경영진이다. 회장에 호남 출신 예비역대장이 앉아 있었고 부회장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과거 비서실 차장이, 그리고 감사에는 그 말썽 많은 아태평화재단 후원회 출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이런 일이 안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들은 형식적으로 선출 및 임명절차를 밟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가 권한을 행사해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런 수준의 인물을 특정지역 출신 혹은 측근 인사라 해서 기용한 김 대통령식 인사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마사회의 편중 인사는 특히 지역감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당시 강제 퇴직된 1, 2급 직원들의 출신지역 분포를 보면 영남 11명, 호남 2명이었으니 이 인사는 어떤 분석방식으로도 능력본위의 인사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지역편중 인사가 그동안 거의 모든 정부조직과 공기업 혹은 정부투자기관에서 빚어진 것을 알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구조조정을 빙자해 마사회식 기준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위정자들은 이런 인사에서 소외된 지역 출신들이 정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생각해 보라.

그런 차원에서 비록 지나간 일이지만 마사회의 지역편중 왜곡 인사는 어떤 형태로든 바로잡혀야 하고 아울러 이런 식의 인사를 구상하고 실천한 당사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사법당국이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억울한 희생자들에 대한 심적 보상이자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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