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특히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회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재의 이번 남행(南行)은 ‘노무현(盧武鉉) 돌풍’에 따른 영남권의 동요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총재는 특히 YS의 핵심 측근인 김 지사를 격려함으로써 상도동과의 공조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YS측은 “우리(YS와 김 지사) 행사에 이 총재가 찾아오는 것뿐”이라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일단은 두고 보겠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가 YS를 ‘찾아가는’ 것은 이 총재가 그만큼 최근 상황이 위급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총재는 부산 방문을 전후해 안팎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 총재는 먼저 측근정치 논란의 핵심인물이자 ‘쥐새끼’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하순봉(河舜鳳) 부총재를 만나 부총재직 사퇴를 유도했다. 21일 전북 지역과 20일 강원 지역을 방문, “나는 내 길을 갈 것이다”며 강경 대응 기조를 고집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 총재는 부산시지부 후원회 인사말을 통해 “어찌됐든 우리 당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또 현지 기자간담회에선 “마지막에는 부산과 국가를 위해 누가 필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곡절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또한 이 지역 출신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돌풍을 의식한 얘기였다.
이 총재는 당 소속 의원들과의 개별접촉을 통해 당 내분 수습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한 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대선후보 경선출마 선언과 함께 과감한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면 전환을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는 총재측근들의 추가 퇴진을 요구하는 정풍운동을 계속 벌여나간다는 방침인데다,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의 당 잔류 여부도 불투명해 이 총재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노무현 돌풍’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엔 당 내분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